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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국회사 재취업 도전기 4

by 끄레용2 2023. 5. 11.

나에게는 두 가지 경력이 있다. 미국에 온 다음 어찌하다 보니 전에 한국에서 했던 일과 약간 관련은 있지만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다. 새로 일하게 된 회사가 하는 일은 차량 위치 추적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고 나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제품 하드웨어와 펌웨어를 차량에서 테스트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과 관련된 직종에도 계속 넣어 보고 있는데 전혀 연락은 없었다. 내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나 영어를 잘하는 세일즈 또는 매니저 일을 한다면 가능성이 있었겠으나 나처럼 이 세 가지가 잘 안 되는 사람은 뽑히지 않는 게 아마 당연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자동차 경력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

Photo by Clem Onojeghuo on Unsplash
Photo by Clem Onojeghuo on Unsplash

네 번째 면접

그러던 중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회사에서 인터뷰를 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이 회사를 잘 알고 있다. 한국에 있을 때 두세 번 출장을 온 적이 있으며 무슨 일을 하는지도 알고 있다. 내가 전에 다녔던 회사랑도 아주 연관이 깊으며 나를 뽑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걸 나도 알고 하이어링 매니저도 알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최종 온사이트 면접까지 갔었고 오퍼까지 받게 될 것이다라고 연락을 받았으나 떨어졌다. 하이어링 매니저는 나를 어느 정도 마음에 들어 한다고 누군가로부터 들었다. 하지만 짐작건대 아마도 그 위의 매니저가 나를 탐탁지 않게 본 것 같다.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탈락한 이유는 역시 내 나이가 아닐까 한다. 나도 먼저번 회사에서 나와 일하게 될 사람을 두어 번 뽑아 봤지만 2-3년 정도의 젊고 창창하고 말 잘 들을 것 같은 젊은 엔지니어를 뽑게 된다. 일을 잘한다고 해도 너무 경력이 많은 나이 많은 사람을 뽑게 되지는 않았다. 어차피 누구라도 기본만 있다면 몇 달 후 업무는 다 파악하게 된다. 어쨌든 당시 마지막 면접을 보고 온 다음 느낌도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연락이 2주 이상 없길래 내가 메일로 상황을 물어보았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연락을 못했으나 다음 주에 오퍼를 보내준다고 했다. 오퍼를 보내준다고 한건 합격되었으니 계약서를 보내주겠다는 말이다. 그래서 다 된 줄 알았고 부모님을 비롯 몇몇 만났던 지인에게 이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알려주고 축하도 받았다. 그리고 좀 우울증에서 벗어난 것도 같고 해서 매일 한 시간씩 산책도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며칠 후 메일이 왔는데 내용인즉슨 다른 후보자를 뽑겠다는 것이었다. 엄청 좌절했다.

마지막 희망으로 생각했던 회사에서 거절당하니 더 이상 나는 미국에 있는 회사에는 들어갈 수 없을 것 만 같았다. 3월 8일에 지원하여 4월 28일에 탈락 통보받기까지 거의 두 달 정도 걸린 일정이었다. 4월 4일 온사이트 면접 이후에 어쩌면 합격할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약간 욕심을 부려보려 했다. 원래 뽑는 직급은 Entry level 엔지니어였으나 Senior급으로 올려달라고 요청해 보려 생각 중이었다. Entry급은 최고 연봉이 내가 먼저번 다닌 회사보다 약간 작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입사하게 되면 집이 멀어서 둘째가 졸업할 때까지는 주말 부부를 해야 해서 집 렌트도 별도로 해야 해서 돈도 더 많이 들 상황이었다. 나중에 동생과 이런저런 추측을 해 보았다. 4월 4일에 마지막 인터뷰를 했는데 결과를 4월 28일에 늦게 알려준 건 자기들이 바빠서가 아니라 아마 다른 후보자도 같이 고려되었었고 그 사람과의 경쟁에서 내가 밀렸기 때문일 것이다. 

통계

이 네 번째 면접에 떨어졌을 무렵 나는 거의 60군데의 회사에 지원을 하고 있었다. 지원했던 회사 중에 6곳과는 인터뷰일정이 잡혔었고 이중 3곳과는 최종 인터뷰까지 갔다. 그러니까 지원했던 곳 중 10%와는 인터뷰 기회가 있었고 5%와는 최종 인터뷰까지 갔던 것이다. 그리고 20군데에서는 메일이든 뭐든 불합격 통보가 왔다. 나머지 40군데 회사는 어찌 되었다는 연락이 전혀 없지만 이 정도 오랫동안 연락이 없다면 합격과는 멀었다고 봐야 한다. 웬만한 자동차 회사는 두세 번씩 다 넣어보았는데 제일 불합격 통보가 빠른 곳은 Cruise였다. 사실 여기는 자율주행 차량 관련이라 나의 경력과는 거리가 좀 있다. 그래도 난 온라인학원에서 1년 공부하여 자율주행 엔지니어 인증서도 받았는데 너무 빨리 내치니 좀 섭섭했다. 자동차 회사는 점점 전기차위 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자율주행이나 ADAS 쪽 엔지니어를 많이 뽑는 추세라 휘발유 내연기관 전공인 내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래서 이제는 내 지역을 벗어나 멀리 있는 다른 주에 위치한 회사들까지 지원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중에 뜻밖의 회사가 연락을 해 온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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